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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는 일로서 수행이 진전됨에 따라 거친 요소에서부터 시작하여 미
세한 요소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집착의 소멸을 체험하게 된다. 다만
여전히 그 각각의 요소에 지배를 받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깨달음에 이
르렀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게 된다. 특히 5음이 소멸할 즈음
에 다양한 심리적, 정신적 경계와 관념 및 이론이 출현하여 수행자를
유혹한다. 5음 중의 색, 수, 상이 소멸하는 차원에서는 귀신과 천신 등
의 형상이 나타난다. 이를 망상 차원의 장애라 부른다. 행, 식의 차원
에서는 자기 나름의 관념과 이론이 강력하게 일어나는데 이를 미친 견
해(狂解)라 부른다. 이와 같이 경전에서는 5대 요소별로 각각 열 가지씩
의 장애가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을 50음마五十陰魔라 부르
며 전형적 선병禪病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음의 소멸이다. 식음이 소멸하면 일체
의 경계가 모두 무너져 제8식이 대원경지로 전환되고, 전5식이 성소작
지로 전환된다. 이 궁극적 깨달음의 차원에서 성소작지의 작용으로 부
처 몸으로의 현신이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안과 밖이 환하게 통하는 내
외명철의 경계가 일어난다.
이것을 분별이 사라진 이치(如如理)와 분별이 사라진 지혜(如如智)의 현
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능엄경』에서는 분별이 사라진 이치를 텅 빈 청
명한 허공에 비유하고, 그것을 보는 청정한 눈을 분별이 사라진 지혜에
비유한다. 눈은 지혜이고 허공은 진여의 이치라는 것이다. 진여자성이
허공과 같이 본래 공하며, 이것을 깨달으면 모양과 소리의 구별이 사라
져 오로지 여여한 이치와 여여한 지혜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보살의 지위를 일시에 뛰어넘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된다.
성철스님은 내외명철과 구경의 깨달음이 같은 말이라는 점, 모든 보
살의 지위를 뛰어넘어야 내외명철이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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