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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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정로 진경塵境이 이미 공적空寂한즉 신심내외身心內外가 일시에 청
정하여 시방이 교연皎然하여 폐유리吠瑠璃 내에 보월寶月을 함유함과
같으니, 어찌 통쾌하지 않으리오. 이는 근본무명을 돈파頓破하여 8식
종자八識種子로 하여금 병열멸진迸裂滅盡케 한 것이다.
현대어역 번뇌를 일으키는 대상경계가 사라져 고요하게 되면 몸과 마
음의 안팎이 한순간에 청정해지고 시방이 환해진다. 비유하자면 투
명한 유리 속에 밝은 달을 담은 것과 같으니 통쾌하지 않겠는가? 바
로 이렇게 근본무명을 단번에 타파하여 제8식의 종자를 일순간에
산산조각 내는 것이다.
[해설] 『능엄경』에서는 음욕의 장애를 가장 크게 본다. 본래 청정한
자기 부처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큰 장애라는 것이다. 음욕
을 끊는 일이 궁극의 깨달음을 성취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수행자가 욕망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 자성을
완전히 회귀한다면 그것이 깨달음이다. 이렇게 대상경계와 마음이 공하
여 집착할 일이 없게 되면 안팎으로 툭 트여 내외명철을 체험하게 된다.
성철스님은 제8식 종자인 미세망상을 소멸시키는 일과 내외명철의 실경
계 체험이 동시에 일어남을 보여주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①의 ‘유猶’ 자를 생략하였다. ‘유여猶如’나 ‘여如’나 모두 ‘~과 같다’는
뜻을 형성하므로 의미상의 변화는 없다.
②의 ‘폐유리吠琉璃’의 ‘폐吠’ 자가 추가되었다. 『능엄경』에서는 내외명
철한 경계에 대한 비유로 불교 7보의 하나인 유리를 언급하고 있는데,
유리琉璃, 정유리淨琉璃, 폐유리吠琉璃가 그것이다. 폐유리의 폐는 푸른
색을 띠는 투명 보석인 바이두리아를 음사한 것이다. 의미상의 변화는
제11장 내외명철 · 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