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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뒤의 닦음(先悟後修)을 강조하는 문장으로서 문자만 가지고
보자면 성철스님의 입장과 상충한다. 원래 성철스님은 『증도가』의 문장
을 영명스님의 『종경록』에서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인용 부분이 동
일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성철스님이 영명스님의 이 문장을 보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성철스님과 영명스님은 서로 상충되는 수증론
을 주장한 것일까? 영명스님의 인용과 해석을 보면 깨달음 이후의 닦
음, 법다운 닦음은 결국 무위 실상의 닦음에 속한다. 무위 실상의 길을
걸어 무위 실상의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에게는
화두참구의 수행법이 법다운 닦음, 무위의 닦음에 해당한다. 화두에는
분별의식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두 관점은 다르
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성철스님은 『증도가』의 유리병 속에 담긴 보름달의 비유
를 인용하여 “내외가 명철하기 전에는 아무리 크게 깨치고 크게 알았다
고 해도 그것은 공부하다 병이 생긴 것이지 견성도 돈오도 아니다.” 307
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인용문에 표시된 ①의 ‘위爲’와 ②의 ‘허虛’ 자와 같이 단순 탈자가 발
견된다. 1981년 초판본에 바로 되어 있었으나 1993년에 가로쓰기로 바
꾸면서 오류가 일어났다. 번역문에도 원문과 같이 옮겨져 있으므로 복
원되어야 한다.
③의 현토 ‘~하나’는 ‘~하라’의 오타이다. 1981년 초판본에 바로 되
어 있던 것이 1993년에 가로쓰기로 바꾸면서 오류가 일어났다. 바로잡
아야 한다.
307 퇴옹성철(2015),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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