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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의식한 생략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글자 교체는 십분 고민
한 끝에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⑤에서 ‘신주행향지信住行向地’의 50계위를 ‘신주지信住地’의 30단계로
줄여 표현하였다. 1981년 초판본에는 ‘신주향지信住向地’의 40지위로 되
어 있고, 번역문도 10신, 10주, 10회향, 10지로 옮겨져 있다. 그러므로
10회향을 뜻하는 ‘향向’ 자를 복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10행은 왜 생략
하였을까?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이고 옮겨 쓰는 과정의 단순 탈락일
수 있다. 다만 초판본과 번역문을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으므로 ‘행
行’ 자의 복원은 과한 교정이 될 수 있다.
⑥에서는 ‘묘각妙覺’이 ‘무상도無上道’와 의미상 중복되므로 생략하였
다. 성철스님의 모든 관심은 궁극의 깨달음에 집중되어 있어 구경각,
무상각과 같은 완성의 의미가 드러나는 단어를 좋아한다. 여기에서 묘
각과 무상도 중 묘각을 생략하고 무상도를 남긴 것도 이 때문이라 이해
된다. 무상도라는 단어 자체가 위 없는 궁극의 깨달음이라는 뜻을 전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11-6】 塵境이 旣空則身心內外가 一時清淨하야 而十方이 皎然
하야 ①[猶]如②吠琉璃內③含[懸]寶月하나니 豈不快哉아 斯乃頓
破根本無明하야 使八識種子로 ④[一時]迸裂이니라
漸悟漸除. 一頓悟頓除者, 卽是最利根人, 事理二障俱薄, 始則於觀行中, 乘此心
開, 超入金剛乾慧. 次又於金剛乾慧中, 圓明精心, 頓超信住行向地等, 入妙覺海
也. 二頓悟漸除者, 如阿難等, 先悟藏性, 頓獲法身, 次復定境, 修觀滌除, 根中積
生虛習者, 是也. 三漸悟頓除者, 如滿慈輩, 所知障重故, 開悟爲難, 由其三緣先
斷故. 但使三因不生, 則狂心頓歇, 歇卽菩提也. 四漸悟漸除者, 二障俱重, 須以
聞熏, 漸開圓解, 次依圓解, 而起眞修, 乃至歷劫辛勤修證者, 是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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