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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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으키지 않으면서도 그 경계가 뚜렷하고 분명해지는 비춤이 일어난다.

             이것이 부처의 지견이다. 이를 상적상조라 하는 것이다.






                2. 성철스님 상적상조 법문의 특징





                어떤 주제를 다루든 성철스님의 모든 관심은 아뢰야식의 미세번뇌를
             투탈하여 구경무심에 이르렀는지의 여부에 집중된다. 그래서 구경무심

             론이 성철선의 주된 종지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진여에 계
             합하기 위한 다양한 수행법을 제시한다. 참선도 그중의 하나이고, 간화

             선도 그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경우이든 다음의 세 가지의
             길을 포함한다.

                첫째는 분별적 사유를 모두 쉬는 길이다. 중생들은 본래부터 불성을
             가지고 있지만 번뇌망상의 구름에 덮여 생사윤회를 한다. 그런데 생각

             그 자체가 번뇌망상이므로 제6의식은 물론 제8식의 미세한 작용까지
             멈추어야 한다. 이 길에서는 집요하면서도 용맹한 수행이 요구된다.

                둘째는 모든 것을 끊어 관념이 깃들일 곳이 없게 하는 길이다. 모든
             법과 마음은 실체가 없어 본래 공적하다. 나아가 공적하다고 하는 이

             생각까지 실체가 없다. 그러므로 닦음도 없고 닦음이 없다는 관념도 없
             다. 요컨대 모든 인위적 행위나 이해는 다 미혹함의 증거이다. 이 길의

             핵심은 마음이 깃들일 곳이 없도록 하는 데 있다.
                셋째는 우주 만유의 모든 현상이 다 진실한 자성의 드러남임을 보는

             길이다. 진리는 어떤 특수한 실체를 갖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자리의 저 붉은 꽃과 푸른 대나무, 우뚝한 산과 흐르는 물을 빼놓고




                                                            제12장 상적상조 ·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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