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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역 등각의 지위에서는 비춤에서 고요함으로 나아가는 지혜라
부르는데, 생성과 소멸의 동요하는 모양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묘각의 지위에서는 고요함에서 비춤으로 돌아오는 지혜라
부르는데, 이미 제9식에 돌아가 궁극적으로 고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앞 등각의 지위에는 아직 생성과 소멸이 남아 있어 마음의 시작
점을 멸진하지 못하였으므로 제8식이라 부른다. 이제 묘각에 도달하
여 생성과 소멸을 영원히 벗어나 본래 깨달음인 한마음의 근원에 완
전히 돌아가므로 제9식의 밝고 맑음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해설] 『영락경』에서는 중도의 닦음과 깨달음에서 오는 지혜의 성취를
보살의 지위에 배대한다. 이에 의하면 중도의 이치를 듣고 이해하는 지
혜인 문혜聞慧는 10주보살, 중도의 이치를 깊이 사유하여 얻게 되는 지
혜인 사혜思慧는 10행보살, 중도의 이치를 닦고 익혀 얻게 되는 지혜인
수혜修慧는 10회향보살, 중도의 이치라는 것이 별도의 본질이나 모양을
갖지 않는다는 실상의 도리를 깨달아 얻게 되는 지혜인 무상혜無相慧는
10지보살, 중도를 보는 지혜로 중도의 이치와 본체를 비추는 조적혜照
寂慧는 등각보살, 고요함과 비추어 봄이 둘이 아니며 선정과 지혜가 평
등한 적조혜寂照慧는 묘각불에 해당한다.
성철스님은 이 중 조적혜와 적조혜의 미세한 차이에 주목한다. 원래
비춤은 중도의 활용이고, 고요함은 중도의 본체이다. 중도의 관조하는
지혜로 중도의 본체를 비추는 일을 조적혜照寂慧라 한다. 비춤에서 고
요함으로 들어가는 지혜라는 뜻이다. 묘각에 도달한 부처는 중도의 이
치에 있어서 고요한 그대로 비추며, 비추는 그대로 고요하다. 이를 적
조혜寂照慧라 한다. 고요함과 비춤이 둘이 아니라는 뜻이며, 선정과 지
혜가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적조혜를 성취한 묘각은 깨달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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