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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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전후제단前後際斷하여 정나라淨裸裸한 제8마계第八魔界에서 활
연대활豁然大活하여 미세유주인 근본무명을 멸진무여滅盡無餘하여
오매항일寤寐恒一하고 내외명철하며 무심무념하고 상적상조常寂常照
하는 궁극심처窮極深處인 대열반을 친증親證하여야 영산적전靈山嫡
傳이며 소림정인少林正印이다. 333
깨달음을 표현하는 다양한 어휘들을 총동원하고 있는 성철스님의
이 설법은 망상이 죽 끓듯 하는 현재와 분명하게 구별되는 깨달음의 세
계가 실재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이처럼 유식의 제9식설은 깨달음
의 실재성과 그에 이르기 위한 도저한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효
과적인 논거가 된다.
성철스님의 이 끝없는 수행에 대한 강조는 일종의 처방전으로서 깨
달음을 유희화하는 선문의 불치병을 겨냥한다. 이래저래 성철스님의 설
법은 중관과 유식의 통섭이 일어나는 현장이라 할 수도 있고, 중관과
유식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일어나는 마당이라 할 수도 있다. 살아
있는 실천론은 원래 그런 것이다.
333 퇴옹성철(2015),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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