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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해오점수解悟漸修

1. 해오점수 설법의 맥락

돈오점수를 선문의 정통으로 규정한 규봉스님은 그 돈오가 해오라

고 규정하였다. 요컨대 규봉스님에게는 돈오점수가 곧 해오점수다. 해
오점수는 해오와 점수라는 두 가지의 연계적 개념을 포함한다. 해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눈을 뜨는 일이다. 해오가 지해의 차원에
서 눈을 뜨는 일이므로 궁극으로 진리에 계합하여 깨달음에 이르기까

지 점차적으로 닦아 나가는 단계가 설정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해오 이후의 점수이다.

초기 경전에는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는 두 단계에 대한 정형화된 표
현이 보인다. 먼저 부처님의 4성제나 인연법의 설법을 듣고 이원적 사유

에서 벗어나 청정법안을 획득한 뒤(1단계) 지속적 수행이나 청법을 통해
제반 번뇌(諸漏)에서 벗어나 궁극적 해탈을 성취했다(2단계)는 표현이 그

것이다. 다섯 비구나 사리불舍利弗, 야사耶舍 비구 등의 깨닫는 과정에
대한 표현이 기본적으로 이 두 단계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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