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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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의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망념의 장난
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성철스님의 닦음과 깨달음에 대한 가르침은 한결
같이 궁극의 깨달음이라는 하나의 지점을 가리켜 보이는 데 철저하다.
【12-12】 瓔珞에 云 等覺은 照寂이요 妙覺은 寂照라하니 今八地
無生도 亦照寂이니라 故로 若得寂照하면 卽同佛故니라
선문정로 『영락경』에 말씀하되, 등각보살等覺菩薩은 조적照寂이요 묘각
세존妙覺世尊은 적조寂照라 하였다. 즉금卽今 8지의 무생도 또한 조적
照寂이니, 그런 고로 만약에 적조寂照를 증득하면 불타와 동일한 연
고이니라.
현대어역 『영락경』에 이렇게 말하였다. 등각보살은 비춤에서 고요함
으로 들어가고, 묘각 부처는 고요함에서 비춤으로 나온다. 이제 8지
무생법인도 또한 비춤에서 고요함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고요함에서 비춤으로 나올 수 있다면 바로 부처와 동일하게 될
것이다.
[해설] 선의 요체는 두루 비추는 보조普照와 본래 고요한 적멸寂滅의
동시 실천에 있다. 그 실천이 완전함에 이르면 보조와 적멸이 하나로
만나게 된다. 진여의 차원에서 말하자면 두루 비춤은 진여의 작용이고,
고요한 적멸은 진여의 본체이다. 그래서 비춤과 적멸은 둘이 아니다. 밝
게 비추되 고요하고, 고요하되 밝게 비추는 상적상조常寂常照가 궁극적
깨달음의 기준이 되는 이유이다.
물론 비춤과 적멸의 동시 성취는 수행의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제12장 상적상조 · 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