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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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청량스님도 이것을 문자만 따라가다 도리를 놓치는 일에 대한 비유
로 보았다. 우리가 불법의 도리에 들어가 있는 것은 마치 사람이 바닷
물 속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다. 이미 바다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파도
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불법의 도리 속
에 들어 있으면서도 수행할 마음을 내지 못하여 스스로 지혜의 생명을
끊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을 물속에서 목말라 죽는다고 비유했다
는 것 429 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다문 자체가 깨달음의 장애가 된다는 해
석이 보인다. 여덟 번째 비유와 아홉 번째 비유에 대한 현수스님의 추
가된 해석을 보자.
여덟 번째 게송은 자신은 방치하고 남을 돕는 비유이다. 우왕목牛
王目 비구가 8만 법문을 암송하여 무수한 대중들을 제도하여 도를
얻도록 했지만 자신은 지옥에 떨어져 버린 일 등이 그것이다. 아홉
번째 게송은 잘못을 감추고 옳음을 드러내는 비유이다. 제바달다
는 설법을 잘했지만 마음은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이것은 설법을
믿고 분에 넘치게 스스로를 높이다가 오히려 해를 받게 되는 일을
가리킨다. 430
많이 듣는 다문지해가 장애가 된다는 해석이 제시되어 있다. 현수스
님은 특히 수행의 힘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10신의 차원에서는 많이
듣는 일이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신 수행력이 충분히 성숙
『
429 大方廣佛華嚴經疏』(T35, p.610b), “初懼溺渴死喻, 喻貪隨文義失, 謂義門波濤漂
蕩其心, 慮溺溺他無暇修行, 自絕慧命故名渴死.”
『
430 華嚴經探玄記』(T35, p.176c), “八廢正成助喻, 謂如牛王目比丘, 誦八萬法聚, 永
度多億衆得道, 自身不免墮地獄等. 九隱非現是喻, 謂如調達, 善說法內懷朽爛等,
又倚恃此說, 非分自高, 返爲所害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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