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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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주 이후로는 그것에 묶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를 통
해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는 방편을 얻을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
는다고 했다. 많이 듣는 일의 가치를 제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성철스
님이 대중들에게는 책을 보지 말라고 하면서 스스로는 대장경을 두루
섭렵한 도리가 현수스님의 이 다문에 대한 이중적 의미 부여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2】 譬如貧窮人이 日夜數他寶하되 自無半錢分이니 多聞도
亦如是니라
선문정로 비유컨대 빈궁貧窮한 사람이 주야로 타인의 진보珍寶를 헤
아리되 자기에게는 반푼어치도 없는 것과 같이 박학다문博學多聞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
현대어역 비유하자면 가난한 사람이 밤낮 타인의 보물을 셀 뿐 자기
의 몫은 반푼도 없는 것처럼, 많이 듣기만 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해설] 아홉 가지 비유 중 네 번째에 해당한다. 현수스님의 해석에 따
르면 ‘자기의 몫이 아니라고 여기는 일, 혹은 문자에만 탐닉하느라 실천
을 하지 못하는 일’을 가리키는 비유다. 이에 대해 청량스님은 “불보살
이 공덕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자기의 몸과 마음에서 구하지 않으므로
그 몫이 없는 것” 이라고 해석했다. 진리를 듣고 기억하기만 할 뿐 직
431
『
431 大方廣佛華嚴經疏』(T35, p.610b), “四貧數他寶喻, 喻說佛菩薩功德, 不能求諸身
心故無分也.”
제15장 다문지해 · 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