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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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다고 말하는 등도 그 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보조스님은 이러한 사

             례가 선종의 가르침에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다.”고 말했다.
                1)의 인용문에서 보조스님은 선문에서는 원돈신해적 가르침들을 사

             구死句로 배격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의 가치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입
             장을 취하고 있다. 아직 제대로 의정을 일으키지 못한 초심 수행자들로

             하여금 믿음과 바른 관점을 유지하도록 하는 긍정적 작용이 있다는 것
             이다. 그렇다면 보조스님은 참선 수행에 있어서 지해를 배격한 것일까,

             아니면 지해를 인정한 것일까? 『간화결의론』에는 이처럼 보는 입장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말할 수 있는 논의가 수시로 발견된다.

                성철스님도 이 인용문에 근거하여 두 가지 주장을 펼친다. 첫째는
             보조스님이 분명하게 일체의 지해를 사구死句로 규정했다는 주장이다.



                보조 자신도 만년에는 교외별전은 형출교승逈出敎乘이라 선설宣說하
                여 돈오점수를 지해知解인 사구死句라고 규정하고 선종의 경절문徑
                截門 활구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였거늘, 만약에 돈오점수를 선종

                이라고 다시 운위云謂한다면 이는 선종정전禪宗正傳의 반역일 뿐만
                아니라 보조에 대해서도 몰이해한 어리석은 견해이다.                   455



                보조스님을 계승하려면 경절문으로 완전히 돌아선 만년의 사상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보조스님의 사상적 모순을 지적하는

             주장이다.



                선문은 증지證智임을 주장한 『간화결의론』의 결미結尾에서 교종의
                원돈신해圓頓信解인 참의문參意門을 선양하였으니, 보조의 내교외선



              455   퇴옹성철(2015), p.350.



                                                            제15장 다문지해 ·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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