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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內敎外禪의 사상이 여기에서도 역연歷然하다. 456
요컨대 성철스님 스스로도 보조스님에 대해 상호 모순된 두 가지 견
해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보조스님의 사상에 있어서 초기의 『수심결』
에서 중기의 『절요』로, 다시 중기의 『절요』에서 후기의 『간화결의론』으로
넘어가면서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경절문에의 경도가
점차 두드러진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성철스님이 지적한 것처럼 보조스
님은 원돈신해문을 버리지 않는다. 더구나 『간화결의론』과 함께 보조스
님의 만년 저작에 해당하는 『원돈성불론』은 그 주제 자체가 원돈신해
의 제창에 있다. 그러니까 만년에 이르러서 선으로는 ‘간화결의론’, 교로
는 ‘원돈신해론’의 길을 정리하여 제시하였다는 말이 된다. 순수 간화선
사인 성철스님이 ‘참 묘한 분’이라고 할 정도로 그 선교일치의 실천은 일
관돼 보인다. 만년의 간화선 중시에도 불구하고 보조스님의 기본 사상
은 선교일치이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겉으로는 간화선, 속으로는 화엄
학이라는 의미에서 내교외선內敎外禪이라 불렀다.
①과 같이 ‘선문에도 이러한(禪門中此等)’이라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선
문에도 원돈신해의 실상을 말하는 언어적 가르침이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다. 성철스님은 원돈신해를 말하는 일이 진정한 선문에서 일어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이 말을 생략하여 일체의 교학적
담론을 배격하는 것이 선문의 본류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②에서는 ‘강의 모래알 수(河沙數)’를 ‘항하사수恒河沙數’로 바꾸었다.
관용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이해하기 쉽도록 한 것이다.
인용문 2)에서는 알고 이해하는 영역에 머무는 사람은 경절문에 들
456 퇴옹성철(2015),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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