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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활연누진豁然漏盡


















               1. 활연누진 설법의 맥락





               누진漏盡은 유루有漏 혹은 제루諸漏가 멸진한다는 뜻이다. 유루는 번

            뇌의 다른 표현이다. 탐욕이나 분노, 어리석음 등과 같은 번뇌가 감각기
            관의 인식에 간섭하여 우주법계의 실상을 왜곡시키는 일이 유루이다.

            이때 누漏는 안팎으로 끝없이 샌다는 뜻을 갖는다. 그것은 마치 밑바닥
            에 구멍이 난 그릇과 같다. 여기에 물을 담으면 새어 버리는 것처럼 번

            뇌는 우리의 자성공덕을 전부 새어 버리게 만든다.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분별적 사유에 지배되면 생사의 바다에 떨

            어지게 된다. 그래서 누漏는 빠져서 떨어진다는 뜻을 갖기도 한다. 중생
            의 살림살이는 착각과 집착의 연속된 생성이자 자가 증식의 과정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등의 인식 작용만 해도 그렇다. 이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가진 ‘나’가 독립적 실재성을 갖는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

            러한 착각에 기반하여 호오의 반응이 나타난다. 몸과 마음에 흡족하면
            좋은 것, 그렇지 않으면 나쁜 것이라는 반응이 일어난다. 그것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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