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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깨달음을 약속한다는 점에서 지해에 의지하는 화엄의 원돈신

            해가 미칠 바가 아님을 거듭 강조한다.
               인용문의 ‘분지일발噴地一發’은 대혜스님에게서 나온 말로서 ‘확! 하고

            단번에 열리는’ 깨달음의 순간을 묘사하는 관용어이다. 이와 같이 보조
            스님의 간화선 경절문은 대혜스님의 관점을 그대로 수용한다. 다만 보

            조스님은 교와 선의 구분이 없이 일심법계, 무장애법계를 바로 보는 일
            이 곧 깨달음임을 강조하는 입장을 유지한다. 이것을 직접 깨닫는다(親

            證)고 했는데, 간화선의 깨달음이 지해가 개입된 해오와 질적으로 다르
            다는 뜻이다. 보조스님은 간화선의 정로인 참구參句가 뛰어난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그 잘못된 길인 참의參意만 해도 원돈의 교학에 의지하
            여 관행을 실천하는 일에 비한다면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직접 깨달음을 구현한 사람은 오늘날 찾아보기 어렵고 듣기

               어렵다. 오늘날에는 그저 화두의 참의문參意門에 의지하여 바른 지
               견을 내는 일을 귀하게 여길 뿐이다. 이런 사람들의 견처라 해도 교
               학에 의지하여 관행을 실천하며 생각과 인식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
               한 사람들과 비교하자면 천지현격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453



               성철스님은 『간화결의론』에 대해 십분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바

            로 위의 구절 때문에 새로운 비판이 일어난다. 보조스님이 간화경절
            문으로 완전히 전향한 뒤에도 “원돈신해圓頓信解인 참의문參意門을 선




             453   普照知訥, 『看話決疑論』(韓國佛敎全書4, p.737b), “此證智現前者, 今時罕見罕聞
                故, 今時但貴依話頭參意門, 發明正知見耳. 以此人見處, 比於依教觀行, 未離情
                識者. 天地懸隔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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