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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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끊고 시간의 전후를 끊어 화두가 확! 하고 단번에 터짐과 동시에
진여에 남김없이 계합하게 됨으로 이것을 경절문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중 ⑦에 표시한 바와 같이 ‘식견이 얕은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非淺識者, 所能堪任)’라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성철스님은 간
화선 경절문이 깨달음에 뜻을 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길이라 본
다. 그러므로 간화선은 상근기만 할 수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다. 그런 입장이므로 이 구절을 굳이 인용하여 논의를 길게 전개할 필
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인용문 4)는 활구와 사구의 차이에 대해 밝히는 문장이다. 활구와
사구의 차이는 알고 이해하는 지해의 유무에 있다. 선문에서는 곧장
질러 깨달음에 들어가는 일만 인정하고 지해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는
다. 보조스님이 일체의 지해를 내려놓은 활구의 참구를 제창했음을 보
여주기 위해 인용한 문장이다.
번역문 ⑧의 해당 구절이 탈락되어 있다. 초판본과 1993년 본,
2006년 본까지 제대로 되어 있었으나 2015년 본의 편집 과정에서 오
류가 일어났다.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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