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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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누진통이다. 나머지는 외도의 수행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고, 또 얻지 못해도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이 불교의 관점이다.






                2. 성철스님 활연누진 설법의 특징





                성철스님은 아난의 일화로 설법을 시작한다. 부처님의 열반 후 그 가
             르침을 결집하기 위한 대집회가 기획된다. 그런데 이때 그 주역이 되어

             야 할 아난이 결집의 성회에서 축출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제반 번뇌(諸
             漏)를 멸진하지 못하였으므로 부처님의 말씀을 증명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아난이 반성하고 크게 분발하여 잔재되어 있던 유
             루번뇌를 모두 끊고 가섭의 법을 받게 된다. 성철스님은 이 일화를 자

             세히 다루면서 몇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불법이 언어문자의 기억과 해설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난은

             총명하여 부처님의 설법을 가장 많이 듣고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
             지만 그 자신의 유루번뇌를 끊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성철

             스님은 이와 동일한 차원에서 박학다식의 지식인이었던 신수스님이 오
             히려 5조스님의 법을 잇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논의 전개 과정

             에서 많이 들어 기억하는 총명한 지혜(多聞聰智)는 죽은 법(死法)으로 규
             정된다. 나아가 이에 치중하는 이들은 불법 중의 눈뜬 봉사(靑盲)로 비

             판된다. 성철스님은 깨닫고자 한다면 많이 듣는 일, 알고 이해하는 일
             을 사갈蛇蝎같이 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직 실제적 수행과 실제

             적 깨달음(實參實悟)의 길을 걸어 궁극의 깨달음인 견성(圓證見性)을 성취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16장 활연누진 ·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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