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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벽에 쓰인 신수스님의 게송을 동자승에게 대신 읽어 달라고 하는 장
면이다. 당시 장일용張日用이라는 지방 관리가 그 자리에 있다가 일자무
식인 행자 혜능을 위해 게송을 읽어준다.
2)는 6조스님이 무진장이라는 비구니 스님에게 『대열반경』의 뜻을 해
설해 주는 장면이다. 이것이 법을 받기 전의 일이었는지 법을 받아 6조
가 된 이후의 일이었는지는 판본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잠시
유지략劉志略이라는 유학자의 집에 머물렀던 일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당시 그의 고모인 무진장 비구니가 『대열반경』을 읽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진장은 6조스님의 해설을 듣고 모르는 글자를 묻는다. 그러자 혜능
스님은 자신이 글자는 모르지만 대신 그 오묘한 이치는 해설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성철스님은 6조스님이 일자무식인 문맹이었음을 증명
하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3)은 『법화경』을 3천 번이나 읽은 법달法達이 경전의 뜻을 묻자 6조
스님이 자신은 글자를 모르니 한 번 읽어 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 3개의 문장은 유루번뇌의 말끔한 해소를 말하는 이 장의 주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다만 앞의 인용문을 강설하는 중에 박학다식한
신수스님과 일자무식인 6조스님을 비교한 일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 부
연 설명을 하기 위해 인용한 것이다.
6조스님이 일자무식이라는 사실은 성철스님에게 있어서 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자를 알고 경전을 읽는 일이 실상의 이치에 계합하
는 일과 무관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은 심지어
경전 공부로 얻는 지해가 깨달음에 방해가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
래서 이에 근거하여 하나의 인과적 등식을 제시한다. 박학다식한 신수
스님은 왜 못 깨달았는가? 박학다식으로 증장된 지해 때문이다. 6조스
님은 어떻게 깨달을 수 있었는가? 일자무식으로 지해의 장애가 엷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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