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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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한다. 그런데 이 구절을 그대로 가져오면 경전을 익히고 독송하는 것
이 깨달음의 장애가 된다는 의미가 약화된다. 인용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이를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⑥에 ‘와臥’ 자가 추가되었다. 원래 문장의 ‘욕과欲過’는 후반야가 ‘지나
려 할 무렵’이라는 뜻이다. 성철스님은 여기에 ‘와臥’ 자를 추가하여 ‘눕
고자 하였다(欲臥)’는 문장을 만들었다. 여러 경전의 문장을 함께 고려
하면 당시 아난은 자정을 넘기며 좌선과 경행을 하다가 잠시 누워 쉬려
고 하는 상황이었다. 성철스님은 이러한 문장들을 종합하여 ‘누우려 하
였다(欲臥)’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남게 된 원래의 ‘과過’ 자
를 뒤로 돌려 ‘과피극過疲極’의 구절을 만들고 이를 ‘과도過度히 피곤하
여’로 번역하였다. 이로 인해 피곤의 정도를 표현하는 더 강력한 수식어
인 ‘극도로(極)’를 번역하지 않아도 되게 하였다.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후반야가 지나려 할 무렵이 새벽녘을 가리키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아
난이 여기에서 깨달음을 얻은 뒤 결집장의 문을 두드린 것도 그날 밤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⑦과 같이 ‘각却’→‘즉卽’의 변환이 행해졌다. ‘즉卽’은 순접형, ‘각却’은
‘도리어’라는 뜻으로 역접형 부사이다. 피곤함과 누워 목침을 베는 일이
순접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윤문이다.
⑧에서는 ‘목침을 베다(就枕)’는 말을 ‘취침하다(就寢)’로 바꾸었다. 뜻
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1981년 초판본의 번역을 보면 ‘취침就枕하니’
로 원문과 같이 되어 있다. 1993년 본에 이것이 취침就寢으로 바뀌었는
데 발음의 유사성으로 인한 오자로 보인다. 교정해야 한다.
⑨는 아난의 깨달음이 ‘번갯불이 번쩍이듯 눈 어두운 사람이 길을
보듯’ 하였다는 비유적 묘사이다. 성철스님은 가능하면 깨달음에 대한
비유를 생략한다. 비유를 통한 이해가 무심을 실천하는 실참에 도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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