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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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역 짐이 혜안스님과 신수스님 두 분을 모셔 궁중에서 공양하
면서 조정의 국사를 보는 틈틈이 일승의 법을 질문하곤 합니다. 두
분 스님이 모두 서로 미루고 양보하면서 “남방에 혜능선사가 있는데
홍인대사의 가사와 법을 비밀스럽게 전수받았으니 그분께 물어보는
것이 옳습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에 내시 설간을 파견하여 조
서를 전하여 맞아들이고자 청합니다. 원컨대 스님께서는 자비한 마
음으로 속히 상경하시기 바랍니다.
[해설] 인용문에서 말하는 짐은 당의 중종이다. 그는 어머니 측천무
후에게 섭정을 받던 시절, 측천무후에게 제위帝位를 내주고 물러났던
시절, 반정으로 다시 제위에 복귀하는 시절을 거치며 굴곡 많은 생애를
보낸 황제이다. 이 조서를 내리던 시기는 측천무후의 섭정을 받던 시절
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짐’이 실질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측천무후이
다. 혜안스님이나 신수스님 모두 측천무후에게 국사의 예우를 받은 고
승이다. 이들이 측천무후에게 6조스님을 천거했다는 것이다. 당시 6조
스님은 병을 핑계로 응하지 않고 칙사 설간을 통해 돈오의 이치를 설해
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철스님은 인용문을 통하여 ‘아난의 축출과 신수의 실격’을 거듭 말
한다. 최고의 지혜를 갖춘 아난이고 신수였지만 유루번뇌의 완전한 멸
진이 없었으므로 그 결과는 축출이고 실격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
므로 실참실오의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면 재발심하여 공안참구로 되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활연누진豁然漏盡하여 무념무심하고 상적상조常寂常照하여
원증견성圓證見性한 대원경지를 성취하기 이전에는 공안참구의 투
제16장 활연누진 · 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