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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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이 없는 입장에서 스승을 찾아야 한다는 데 있다. 더구나 진정한

             정안종사를 만나 스스로 정안종사가 되는 일은 어려운 일 가운데 어려
             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바른 눈을 가진 스승을 찾을 수 있을까? 여기
             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자의 발원이다. 올바른 정안종사를 만나 바

             로 눈을 떠 생사의 고해를 벗어나겠다는 발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 발
             원은 간절해야 한다. 간절함의 차원만큼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

             는 만큼 바른 눈과 수단을 갖춘 정안종사를 찾는 길이 열리며, 그 간절
             함에 의해 바른 눈을 갖춘 정안종사의 맥을 이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

             안종사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안내도가 필요한데 가장 효과적
             인 것은 법맥이다. 부처님에게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진실성

             이 증명된 정안종사들이 있고, 그 가르침의 흐름이 있다. 그래서 정안
             종사의 설법은 주로 법맥의 흐름을 규명하는 데 집중된다.

                예컨대 한국 불교는 임제 법맥의 계승을 자처한다. 태고스님이 임제
             종 제19대 석옥청공石屋淸珙스님의 법을 이어 한국 임제종의 초조가 되

             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혜스님의 가르침이 특히 중시되었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임제종의 전성기를 장식한 황룡파와 양기파의

             두 흐름을 만나게 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임제종의 종조가 되는 임
             제스님의 가르침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역대 수행자의 금과옥조로 존

             중받아 왔다. 심지어 선문의 스님들에게는 다음 생에는 꼭 임제 문중
             에 다시 태어나기를 발원하는 전통까지 있었다. 여기에서 다시 임제스

             님을 있게 한 스승의 계보, 즉 황벽희운→백장회해→마조도일→남악회
             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종사들의 가르침이 존중되었다 그 원류에는 6

             조스님의 『육조단경』이 위치하고 있다. 이것이 임제정맥으로서 성철스님
             은 이 흐름 위에 한국 불교를 세우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가




                                                            제17장 정안종사 ·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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