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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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해도 잘못이 있다면 가차없이 부정하고 비판하는 것이 정안종사

            의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정안종사로 인정받았던 것일까? 성철스님은

            임제종의 법맥에서 정안종사로 인정받은 스님들을 주로 거론한다. 이와
            관련하여 황벽스님의 문장이 가장 먼저 인용된다. 이것은 이유가 있다.

            임제종은 임제스님을 종조로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임제스님을 있게 한
            스승이 황벽스님이다. 요컨대 황벽스님은 임제종의 대조사가 되는 것이

            다. 그런데 황벽스님은 제방의 선지식에 대한 평가에 극히 각박하다. 그
            래서 80명이 넘는 마조스님의 법제자 중에서 여산廬山의 귀종지상歸宗

            智常스님만을 인정한다. 다른 도량으로 공부하러 떠나는 한 중과 귀종
            스님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다.


               귀종스님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중이 말했다. “제방에 다섯
               가지 맛의 선(五味禪)을 배우러 갑니다.” 귀종스님이 말했다. “제방에
               는 다섯 가지 맛의 선이 있고, 여기에는 한 가지 맛의 선(一味禪)이

               있지. 왜 이것을 배우지 않는가?” 중이 물었다. “한 가지 맛의 선은
               무엇입니까?” 귀종스님이 중을 때렸다. 중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알겠습니다.” 귀종스님이 말했다. “말해 봐라.” 중이 입을 열려
               하자 스님이 또 때렸다.       464



               황벽스님이 이 에피소드를 듣고 감탄해 마지않는다. 마조스님에게서

            88인의 선지식이 나왔다고 하지만 하나같이 에두르기만 할 뿐 직접 보




                『
             464   虛堂和尙語錄』(T47, p.1050a), “宗云, 向什麼處去. 僧云, 諸方學五味禪去. 宗云,
                我者裏一味禪, 因什麼不學. 僧云, 如何是和尙一味禪. 宗便打, 僧云, 我會也, 我
                會也. 宗云, 道來看. 僧擬開口, 宗又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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