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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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는 임제스님을 연결하는 돈오선의 대표적 정안종사이다. 이런 그가
마조스님의 수많은 제자 중 바른 안목을 갖춘 이는 2, 3인밖에 되지 않
는다고 박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 2, 3인 속에 여산화상, 그러니까
귀종지상스님이 포함되는 것이다. 황벽스님은 이처럼 마조 문하의 선지
식 중 귀종스님만을 특별히 높게 평가한다. 적어도 자신이 도달한 차원
에서 인정할 만한 무엇이 있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귀
종스님이 상근기를 이끄는 걸림 없는 수단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일 것이다.
어쨌든 “이 당나라 땅에 선사라 할 사람이 없다.” 466 는 황벽스님의 박
한 평가는 당시 선문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폭탄선언이었다. 원래 이
말은 스승을 찾아 행각을 하는 일이 능사가 아님을 지적하는 문장의
일부이다. 우두스님 같은 걸림 없는 말솜씨를 가진 선사들은 많이 있
다. 만약 도처에 행각하면서 그 말들을 기억하여 그것을 선으로 착각
한다면 참선 수행자의 지옥행은 예정되어 있다. 그러니까 스승을 찾는
답시고 천하를 행각하면서 말 몇 마디를 기억하는 것으로 참선을 대신
하는 수행 풍토에 대한 꾸짖음이 이 인용문의 전후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차원을 바꾸는 장치’로 번역한 ‘향상관려자向上關棙子’는 일체의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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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벗어나는 일, 도달한 자리에서 바로 몸을 돌리는 일 을 가리키는
말이다. 도달한 경계에 머물지 않고 다시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스승의 결정타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성철스님은 정안종사가
되는 일이 극히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
466 景德傳燈錄』(T51, p.266c), “還知道大唐國內無禪師麼. 時有一僧出問云, 諸方尊
宿, 盡聚衆開化, 爲什麼道無禪師. 師云, 不道無禪, 只道無師.”
『
467 五家宗旨纂要』(X65, p.260a), “向上關棙子, 迥出尋常, 踏著便轉.”
제17장 정안종사 · 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