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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상래從上來의 본분사本分事가 있음을 명지明知하여야 한다. 4조四祖

               하의 우두산牛頭山 법융대사法融大師가 불법을 횡설수설하지마는 구
               경처인 향상관려자向上關棙子는 모르니, 이것을 명견明見하는 안뇌眼

               腦가 있어야 비로소 사邪와 정正을 분변할 수 있다.



               현대어역  마조스님의 문하에서 88명이 세상에 나타나 도량을 형성하
               고 있다. 그러나 마조스님의 바른 안목을 얻은 이는 2, 3인에 불과하

               다. 여산의 귀종스님이 그중 하나이다. 대체로 출가한 사람이라면 위
               로부터 내려온 일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4조스님을 계승

               했다는 우두법융스님은 종횡무진 거침없이 말하지만 역시나 차원을
               바꾸는 장치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안목이 있어야 비로소 삿된 [무

               리와] 바른 [종사]를 분간할 수 있다.


            [해설]  당시 선문의 폭탄선언쯤 되는 이 말은 황벽스님에게서 나왔다.
            황벽스님은 6조-남악-마조-백장을 잇는 남종의 대선사이자 임제스님

            을 배출한 정안종사이다. 황벽스님은 백장스님의 제자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마조스님의 법을 받았다. 황벽스님이 마조스님에게 법을 물으

            러 찾아갔을 때 마조스님은 이미 열반에 든 뒤였다. 이에 백장스님에게
            마조스님과의 사이에서 먼지떨이를 가지고 진행된 법거량을 듣고 말끝

            에 깨달았다. 백장스님은 그가 마조스님의 법을 계승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단전심인單傳心印의 전법 질서를 중시하여 백장스님의 제자

            가 된다. 이때 백장스님은 “제자의 견해가 스승과 같으면 스승의 반밖
            에 안 되고, 스승을 넘어야 법을 받을 수 있다.”는 말로 황벽스님의 성

            취가 자신을 뛰어넘는 것임을 인정하였다.
               실제로 그는 6조스님의 법을 잇는 데 있어서 앞으로는 마조스님,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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