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7 - 정독 선문정로
P. 957
『선문정로』의 집필 의도에 부응하여 성철스님의 수증론을 선수행의 현
3
장에 적용하는 길을 모색하는 입장에서 성철선 이고, 전체를 관통하는
세 줄기에 해당하므로 3대 종지가 된다.
그중 돈오원각론은 제1장 견성즉불, 실참실오론은 제2장 중생불성,
구경무심론은 제3장 번뇌망상의 중심 주제로 순차적으로 제시되어 있
으며, 그 외 나머지 장들에서는 수행과 깨달음을 표현하는 전형적 용어
를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3대 종지를 변주하고 있다. 여기에 재해석이라
는 말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돈오원각론, 실참실오론, 구경무심론의 원
칙에 기초하여 기존의 의미 중에서 어떤 것은 취하고 어떤 것은 버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문정로』는 그 설법이 부정과 비판과 배격의 언어로 진행되다 보니
이에 대한 논의 역시 옳고 그름을 가리는 논쟁의 방식으로 전개된 감
이 없지 않다. 그런데 그것이 보조스님을 겨냥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렇
지 수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강력한 부정과 비판과 배격은 예외 없이
수행자의 내면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는 장애를 향한 것이다. 『선
3 성철선이라는 용어를 이러한 의미에서 쓴 것은 신규탁의 경우에 발견된다. 신규탁
은 「『本地風光』과 임제선풍」에서 성철선의 특징을 밝힌다는 의도로 『본지풍광』을
고찰한 바 있다. 그는 여기에서 『본지풍광』의 사상을 (1)옛 조사들의 언구를 의심
하여 실답게 참구하여 확철대오할 것을 강조, (2)남의 언구에 매이지 않는 자기 자
신의 체험을 중시, (3)무심사상의 선양으로 정리하였다. 여기에서 특히 눈길을 끄
는 것은 임제선과 성철선을 비교한 부분이다. 그는 임제선의 경우는 무심보다는
돈오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지고, 성철선의 경우는 돈오무심사상을 근간으로 하면
서도 무심사상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성철선의 특징을 한마디로
돈오무심으로 규정하고 싶어한다. 공감되는 부분이다. 다만 『선문정로』와 『본지풍
광』을 함께 고찰하면서 성철선의 성격을 살펴보면 돈오원각론, 실참실오론, 구경
무심론이라는 뚜렷한 종지가 발견되고, 이처럼 측면을 나누어 고찰하는 것이 그
이해에 있어서나 실천에 있어서나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신규탁(1994)의 논의에
대해서는 「『本地風光』과 임제선풍」, 『백련불교논집』 4집, pp.69-104 참조.
부록 -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