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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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으로 성철선의 제1종지에 해당한다.

                왜 돈오원각론을 강조해야 했을까? 과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거의 유일한 종교였다. 조선조에 배불정책이 시행되기는 하였지

             만 유일한 종교로서의 위치를 위협받을 일은 없었다. 그런데 유일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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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의 신성성을 표방하는 기독교의 확산 으로 이러한 종교 지형에 근
             본적 변화가 일어나 불교는 그 종교적 실천 및 담론 체계에 대해 자기
             성찰을 행할 필요가 있었다. 한용운스님이 주장했던 미신적, 기복적 경

             향의 타파도 그것에 속하고, 성철스님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이에 속한다.

                다원화된 종교 지형에서는 무엇보다도 살불살조의 전통 속에서 아
             무렇지도 않게 부처를 부정하는 선종의 방만한 진리담론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이것은 불교의 종교성에 회의적 논의가 일어나는 지
             점이 되곤 하였다.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라는 일각의 논의가 그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이에 선종의 우수성을 그대로 계승하되 불교사적으로 그것이 부처

             님에게서 내려오는 불교의 정통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불교가 석
             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을 거듭 재현하는 실천의 현장이라는 점을 보

             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선종 내적으로 보면 의심할





              8     성철스님은 자신의 종교적 실천과 관련하여 분명히 기독교를 의식하고 있었다.
                 예컨대 기독교에 대비되는 불교의 특장점을 강조하는 다음과 같은 언급을 들 수
                 있다. “요즘 하나님 믿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은 죄 많고 가련한 우리 중생들과는
                 달리 모든 것을 초월해 저 멀리 계시는 분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허나 우리 불교
                 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지고지순한 가치를 바로 이 죄인이 전혀
                 부족함 없이 완전히 구비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개개인 속에 다 하나님이 있어서
                 하나님 아닌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불교의 주장이다. 이는 다른 종교가 도저
                 히 따라올 수 없는 불교의 우수성이다.” 퇴옹성철(2015), pp.53-54 참조.



                                           부록 -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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