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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동의어가 되는 것과 같이 그것은 동일한 진리의 다른 표현에 해당
하기 때문이다. 진리의 표현에는 긍정적 설명(表詮)과 부정적 해설(遮詮)
이 있다. 또 중도적 논의도 있다. 마조스님의 정반대로 달라진 표현에
대한 영명스님의 설명을 보자.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것은 긍정적 설파이다. 그 일을 직접 드러내어
보여줌으로써 직접 자기 마음을 증득하도록 하고 분명하고 밝게 견
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는 것은 부정
적 표현이다. 잘못이 일어나지 않도록 오류를 차단하는 것이다. 의
혹을 제거하고 집착을 타파하여 생각과 견해에 의지하여 통달했다
고 자처하거나 의식과 이해에 의해 깨달음을 자처하는 일이 일어날
여지를 없애 버리는 것이다. 마음과 부처라고 하는 깨달을 무엇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고
한 것이다. 이것은 주체를 설정하는 마음을 떨어내고 돈교의 민절
무기泯絕無寄의 길을 설정하여 언어의 길을 끊고 마음이 갈 곳을 소
멸시킨다. 이 또한 그에 상응하는 근기를 위한 길이 된다. 7
성철스님이 문맥적 어긋남을 감수하면서까지 깨달음을 향해 새롭게
초점 조절을 하고자 한 것은 스스로에게 부과한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
다. 그것은 한국 선의 현실에 대한 반성과 한국 불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모색의 일환이었다. 이를 통해 찾아낸 답안의 핵심이 곧 돈오원각
론이다. 이것은 선종의 돈오견성과 부처님의 원각이 동일한 것이라는
7 『宗鏡錄』(T48, p.560a), “卽心卽佛, 是其表詮, 直表示其事, 令親證自心, 了了見
性. 若非心非佛, 是其遮詮, 卽護過遮非, 去疑破執, 奪下情見依通, 意解妄認之
者. 以心佛俱不可得故, 是以云非心非佛. 此乃拂下能心, 權立頓教泯絕無寄之門,
言語道斷, 心行處滅, 故亦是一機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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