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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지 못한 아라한이나 10지보살은 견성이 아니다. 설사 무엇인가 보
았다 해도 그것은 간접적으로 본 것(聞見)이라서 진정한 견성이 아니라
는 것이다. 「무생법인」의 장에서는 인용문 【5-2】에 대한 다음과 같은
개입을 통해 돈오원각론을 드러낸다.
悟卽悟自家本性이니 一悟하면 永悟하야 不復更迷니라 如日出時
에 不合於冥하야 智慧日出하면 不與煩惱로 暗俱하고 了心及境하야
妄想이 卽不生하느니라 妄想이 旣不生하니 卽是無生法忍이라 本
有今有라 不假修道坐禪이니 不修不生[坐]이 卽是如來清淨禪이니
라 16
깨달음은 본래 갖추고 있는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것이므로, 한 번
깨닫기만 하면 다시 잃어버릴 일이 없다. 그러므로 깨달으면 망상이 없
는 무심에 이르는데 이를 무생법인이라 한다. 이것은 수도와 좌선을 통
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에서 여래청정선이라 한다는 것이다. 위 인용문
에서 밝히고 있는 마조스님의 설법 주제이다.
성철스님은 시종일관 선문에서 말하는 돈오견성과 부처님의 구경원
각이 동일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여기에서 마조스님의 설법을 빌
어 무생법인과 여래청정선을 함께 논한 것은 마조선이야말로 돈오견성
의 본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상심이 도라 하고, 또 자기 마
음이 바로 도라 하며, 이것을 지금 여기 완전히 갖추고 있으므로 닦을
필요조차 없다고 단언하는 마조스님의 가르침에는 원리적 차원에서의
깨달음과 실제적 차원에서의 깨달음이 뒤섞여 있다. 자칫하면 이로 인
『
16 馬祖道一禪師廣錄』(X69, 3b); 퇴옹성철(2015),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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