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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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우는 드물다. 그것이 부처님과 같은 무상대열반을 실증하는 일이

             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흔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제17장 「정안종
             사」의 장에서는 바른 눈을 갖춘 선사가 어떤 지혜와 덕행을 갖춘 존재

             인지를 보여주는 대신 그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
             과했다는 점을 거듭 보여준다. 이에 의하면 바른 눈을 갖춘 종사란 명

             성의 고하에 상관없이 그 도달한 경계가 진실하지 않다면 그 어떤 선사
             라 해도 부정과 비판을 서슴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 부정과 비판의 칼

             날은 제자와 학인들은 물론 동료와 선배, 심지어 스승이라 해도 머뭇거
             리는 일이 없다.

                정안종사는 이처럼 지해적 습기의 티끌까지 알아차리는 눈을 갖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철스님은 돈오원각을 스스로 실증한 이라

             야 정안종사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정안종사라야 타인의 안목을 바르
             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정안종사가 되는 일이 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깨달음을 향해 애쓰는 공부를 계속해야 한
             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전후제단처前後際斷處만 하여도 오조연五祖演이 “제방諸方 여금如今
                에 능유기개득도저전지能有幾箇得到這田地오.” 하였거늘, 전후제단처
                前後際斷處를 초과한 구경무심지는 난중난사難中難事인 것이다. 그러

                므로 일념불생의 대사지大死地에서 활연대활豁然大活하지 않으면 종
                문정안이 아니니, 노력하고 더욱 노력하여 구경정각을 성취하여야
                만 불조의 혜명을 계승하는 것이다.            21



                견성이 곧 원각이므로 그것은 어렵고 희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약



              21   퇴옹성철(2015), p.374.



                                           부록 -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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