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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의 생성이 없고, 반야의 생성도 없으며, 생성 없음의 생성조차 없
는 진정한 불생불멸의 차원에 도달하게 됨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무
명을 부모에 비유하고, 열반을 산의 꼭대기에 비유하고 있다. 성철스님
은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형상적 묘사와 비유를 대부분 생략한다. 그
것이 지해적 차원의 이해를 불러일으키고 이에 기초하여 깨달음을 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에게 구경무심과 견성은 비유와 설명
을 듣고 이해해서 도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또한 지해적 차원의
이해가 실제적 깨달음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생
략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②의 밑줄 친 부분과 같이 ‘허공을 보좌로 삼아 청정법신
을 성취한다’는 은유적 표현이 생략된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것이 상적
광토에 거주한다는 말과 중복된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기도 하지만, 형
상적 묘사와 비유를 달가워하지 않는 문장관에 기인한 생략이기도 하
다. 다음 【12-8】의 문장에는 직유적 표현의 생략이 보인다.
此三法이 不縱不橫하며 不並不別하니 [如天之目, 似世之伊 ,] 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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祕密藏하야 大涅槃이니라
밑줄 친 부분의 ‘하늘의 눈과 같다(如天之目)’는 표현은 하늘의 제왕
마혜수라摩醯首羅의 세 눈이 가로세로의 어느 한 선으로도 연결시킬 수
없는 것과 같이 반야, 해탈, 법신이 동일성과 차별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음에 대한 비유이다. 이(∴)자 세 점과 같다는 비유도 마찬가지로서
27
『
26 華嚴經疏注』(X07, 829b); 퇴옹성철(2015), p.256.
27 원이삼점圓伊三點, 혹은 이자삼점伊字三點, 진이삼점眞伊三點, 혹은 세이자世伊字
등으로 불리며 범어의 한 글자를 차용하여 여래의 비밀장秘密藏을 설명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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