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5 - 정독 선문정로
P. 975
실참실오론은 성철선의 실천론으로서 돈오원각을 목표로 하고 구경
무심을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이처럼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
은 제2장 「중생불성」을 표종장으로 하여 논의가 시작된다. 여기에서 성
철스님은 장의 제목에 따라 불성을 말하면서도 가능성으로서의 깨달
음(因地)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고 실질적 결과로서의 깨달음(果地)에
대한 강조에 주력한다. 일반적인 불성에 대한 논의와 초점과는 다른 것
이다.
불이론의 원리에서 보면 원인과 결과가 둘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
다. 그러나 실제 수행의 현장, 깨달음의 점검에 있어서는 원인은 원인이
고 결과는 결과이다. 우리가 가능성으로서의 부처를 안고 있다는 원리
에 눈뜨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결과로 이어질 때라야 비
로소 의미를 완성하게 된다. 만약 실제적 깨달음이 없이 가능성으로서
의 부처에 대한 논의만 반복한다면 결국 그림의 떡이라서 배가 부르지
않다. 더구나 가능성으로서의 부처인 불성은 씨앗과 같이 숨어 있으므
로 직접 확인할 수 없다. 씨앗은 오직 그것이 발현한 꽃과 열매를 통해
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성을 가난한 집의 어딘
가에 숨겨진 보물창고와 같다고 비유하는 것이다. 그것이 있다는 사실
을 아는 것만 가지고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간절한 마음으로 직접 찾아
내어 그 문을 열어젖혀 직접 그것을 쓰기 시작할 때 숨겨진 창고는 진짜
보물창고가 된다.
창고를 열어젖혔다는 것은 스스로 부처가 되어 다양한 경계를 체험
하고 확인했다는 뜻이다. 성철스님은 「중생불성」의 장에서 4무애지【2-
3】, 10력·4무소외·대비와 4념처【2-6】, 상주항일【2-7】, 상락아정【2-
8】, 3신4지【2-11】 등을 언급한 『대열반경』의 일련의 문장들을 인용하
여 불성이 구현된 결과로서의 지점(果地)을 집중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부록 -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