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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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는 문장이다. 이 비밀의 보물창고(秘藏)는 불성에 대한 몇 가지 비
유, 즉 용사의 이마에 박힌 보주寶珠의 비유, 설산 약미藥味의 비유에 이
어 세 번째 비유로 제시된 것이다.
성철스님은 불성에 대한 실제적인 깨달음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장
을 인용하였다. 그것은 해오解悟의 간접성과 상대되는 직접성을 특징으
로 한다. 깨닫기 전에는 볼 수 없는 것(不可見)으로서 깨달아야만 실증
하여 알게 된다(證知)는 것이다.
이러한 문장을 인용하면서 밑줄 친 부분을 생략하였는데 ‘여래의 비
밀창고는 어떤 것으로도 파괴하거나 소멸시킬 수 없다. 비록 파괴할 수
는 없지만 볼 수도 없다’는 뜻이다. 성철스님은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비유나 논리적 설명을 대부분 생략한다. 비유적 표현은 실제로 체험하
지 못한 것을 이미 체험한 다른 어떤 것에 견주어 이해하도록 하는 효
과적인 언술 전략의 일환이다. 그런데 그로 인해 내가 그것을 알고 있
으며 체험했다는 착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성철스님이 비유적 표현을
생략하는 이유가 된다. 다음 【12-2】의 인용문도 비유를 생략한 또 하
나의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進破微細無明하고 入妙覺位하면 ①[永別無明父母, 究竟登涅槃
山頂, 諸法不生般若不生, 不生不生,] 名大涅槃이니 ②[以虛空爲
座, 成清淨法身,] 居常寂光土니라 25
①의 밑줄 친 부분은 묘각, 즉 대열반에 대한 설명에 해당하는데, 태
어나면서부터 함께 한 무명을 영원히 이별하고 열반을 성취하여 모든
『
25 天台四教儀』(T46, 780a); 퇴옹성철(2015), p.250.
부록 -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