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퇴옹학보 제17집
P. 113
『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 • 113
에 발달된 불교교리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근본불교의 경전을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근본불교시대에 이미 아뢰야식, 종자식, 이
숙식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을 후대
에 발달된 사상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들은 불교를 제대로 연구하
33)
지 못한 사람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는 법문으로 마무
리한다. 이처럼 성철은 아뢰야식의 원초적인 형태는 초기경전에 등장한
다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
2. 『백일법문(증보개정판)』(중권) : 제4장 유식 법상종의 중도사상
제4장은 중국 유식학파인 ‘법상종’에 대한 법문이다. 간략하게 요약
하면 다음과 같다.
이다. 이것은 원인이 변화하여 결과로 성숙한다는 것으로, 예를 들면 우유가 버터나 치즈
로 변화되는 것이다. 둘째는 이시이숙(異時而熟)이다. 이것은 원인이 시간을 달리하여 결
과로 성숙한다는 것으로, 예를 들면 배꽃이 배가 되거나 복숭아꽃이 복숭아로 변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이류이숙(異類而熟)이다. 이것은 이전의 원인과 나중의 결과가 다르게 성
숙한다는 것으로, 예를 들면 가치적 판단으로 원인은 선이나 악이었지만 아뢰야식에 결
과로 저장될 때는 선도 악도 아닌 무기로 변화하는 것이다. 성철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성유식론』에서는 이숙을 세 번째 해석인 ‘이류이숙’으로 본다. 그래서 이숙을 유식사상에
서는 대개 ‘인시선악(因是善惡) 과시무기(果是無記)’라는 말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선악
에 대한 인간의 행위가 원인이 되어 사람의 인격은 형성되지만, 그 결과로 결실한 자기,
즉 현재의 자기는 무기라고 하는 것이다. ‘무기’라는 것은 선인지 악인지 나타낼 수 없는
것(표시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비선비악(非善非惡)이기 때문에 현재의 자기는 선
악 어느 쪽도 아니라는 것이다.
33) 퇴옹성철(2014), 상권 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