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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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 • 117
인 중도교는 ‘비유비무의 중도[비공비무중도(非空非無中道)]’ 또는 진공묘유
를 말한다. 규기의 삼시교판에 따르면 중도교는 공교에 해당하는 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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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 사상이나 중관파의 공사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단지
유식사상에서는 마음[심]이 존재한다. 즉 임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다. 그러므로 그 마음[8가지 식]의 변혁을 통해서[轉識得智] 미혹[전오식, 의
식, 말나식, 아뢰야식]에서 깨달음[성소작지, 묘관찰지, 평등성지, 대원경지]에 이
르고자하는 실천적인 사상이라고 할 것이다. 즉 공이란 아무것도 없는
허무의 공이 아니라 중도에 뒷받침 된 공이라고 유식학파에서는 주장
한다. 그렇다면 화엄의 원융무애나 천태의 상즉상입과 다르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3) 유식중도설
이 곳에서는 『성유식론』과 『성유식론술기』를 중심으로 유식의 중도설을
설명한다. 성철은 그 대표적인 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그러므로
유식에 대하여 응당 깊이 믿어 받아들여라. 아(我)와 법(法)이 있는 것이
아니며, 공(空)과 식(識)이 없는 것이 아니므로 있음을 떠나고 없음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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났으니, 그러므로 중도에 계합한다.” 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주석으로
第三時演了義敎. 解深密等會說一切法唯有識等. 心外法無破初有執. 非無內識遣執皆空.
離有無邊正處中道. 於眞諦理悟證有方. 於俗諦中妙能留捨”
38) 성철도 “유식의 설명도 앞의 용수보살 말과 통해 있습니다. 용수보살을 설명할 때 공과 연
기와 중도를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는 말을 했습니다...”(앞의 책, 성철, 상권, 356)라고 하
였다.
39) 퇴옹성철(2014), 중권 302. 『성유식론』(T31, 39a29), “故於唯識應深信受. 我法非有空
識非無. 離有離無故契中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