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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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 • 121
無)이다. “이처럼 존재 전체를 3개의 모습으로 파악하면 ‘비유비무의 중
도’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런데 비유비무란 있는가, 없는가 라는 극
단적인 견해에 머문다는 것이 아니다. 있다고 생각한 것은 무(無)이다.
즉 변계소집성은 무이다. 그러나 허무는 아니다. 그리고 의타기성과 원
성실성은 유(有)라는 인식 아래 우리는 마음을 닦아 깨달음에 이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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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다. 이것이 삼성에 의한 비유비무의 중도를 설한 목적이다.”
다시 말해 중도의 논리는 단순히 논리가 아니고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논리이다. 그 논리를 실천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처
럼 삼성으로서 중도를 파악하는 것을 ‘삼성중도(三性中道)’라고 한다. 이
삼성중도는 다시 ‘삼성각성중도’와 ‘삼성대망중도’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성철은 삼성각성중도와 삼성대망중도를 현수의 저작인 『화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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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교의분제장』로써 해설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삼성은 각각 두 가
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원성실성에는 불변(不變, 변하지 않는다)과 수연(隨
緣, 연에 따라 변한다)이 있다. 원성실성은 진리이기 때문에 불변이지만, 조
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성실성은 진공묘유와 같은 의미
로 진공은 불변이고, 묘유는 수연에 해당한다. 의타기성은 사유(似有, 임
시적으로 존재하다)와 무성(無性, 본질이 없다)이 있다. 즉 만법은 인연[조건]으
로 존재하기 때문에 자성이 없다는 것이다. 변계소집성은 정유(情有, 망
정이 있다)와 이무(理無, 참된 도리가 없다)가 있다. 미혹의 망정은 있지만, 진
실한 이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식의 삼성중도이다. 이것을 삼성
46) 요코야마 코이츠(2016), 89.
47) 성철은 현수의 저작을 인용하는 이유를 “유식 계통의 논서에 있는 삼성설은 화엄종의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