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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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 •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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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언어]을 시설 하기 때문에 상(想)이라고 한다.” 라고 주석한다. 이처
럼 감산은 다른 주석과는 달리 ‘취상’이라는 용어 대신에 ‘(자경)안립’이
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안립이라는 말은 ‘언어로 설정된 것’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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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므로 시설(施設), 가설(假說) 등과 상통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많은
대상 가운데 자신이 직접 특정 대상을 임시로 세웠다’는 의미이다. 그리
고 그 대상에 언어를 부여하여 대상과 대상을 구별하는 것이 ‘상’이라고
정의한다.
이 주석을 발취하여 성철은 “스스로 자기 경계[대상]를 세워서 <모든>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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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을 시설한다.”(安立自境. 施設名言) 고 하여 감산의 주석을 압축하여 해
설한다. 그런데 성철은 안립을 단순히 ‘세우다’라고 했지만, 필자가 말을
부가하자면 ‘안립’을 ‘(스스로 대상을) 임시적으로 세우다’로 해석하면 의미
가 분명해질 것 같다. 그리고 ‘안립자경’에서 ‘자(自)’의 해석을 ‘스스로 자
기’라고 하여 ‘자’를 이중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자기’는 생략하는 것이
문맥상 타당할 것 같다.
91) 시설[임시적으로 세움]과 안립은 같은 의미이다. 왜냐하면 ‘건립하여 발기(發起)하는 것을
또한 시설하는 것이라고 이름한다.’(『성유식론술기』(T43, 332a))라고 했기 때문이다.
92) 『백법논의』(X48, 310b17), “境風飄鼓. 安立自境. 施設名言. 故名爲想.”
93) 『성유식론술기』1권(T43, 240b), “言施設者. 安立異名. 卽假說義.”
94) 퇴옹성철(2014), 중권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