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퇴옹학보 제17집
P. 143

『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  • 143




               3. 별경(別境, vinyata) 심소



               먼저 별경의 글자적인 의미부터 살펴보자. 별경이란 ‘별도[別]로 작용하

               는 대상[境]’이라는 뜻이다. 별경은 욕(欲)·승해(勝解)·념(念)·정(定)·혜(

               慧)의 5종류이다. 그런데 욕(欲)의 대상은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대상[所樂境]으로 삼으며, 승해의 대상은 자기 자신이 확실하게 결정한

               것[決定境]이며, 념의 대상은 일찍이 자기가 경험한 것[曾習境]이다. 이처
               럼 각각 별도의 인식 대상을 가지고 작용하기 때문에 별경심소라고 하

               는 것이다.   107)

               감산은 별경에 대해 “다섯 가지 별경<심소는> 바로 선을 짓고 악을 짓
               는 마음이다. 앞에서 <말한> 다섯 가지 변행은 비록 하나의 생각으로

               선악을 일으키지만, 단지 생각만 할 뿐 <선악을> 짓지는 않는다. 만약
               바로 그 자리에서 당장 <작용하는 것을> 멈춘다면, <다섯 가지 변행

               의> 작용[業行]은 저절로[自] 사라진다. <그렇지만> 별경에 이르러서는

               <그 작용을> 멈출 수 없다. 별경이라는 말은 각각 별도로 대상[境]을 조
               건[緣]으로 삼기 때문에 변행과 <그 작용이> 같지 않다. 이것[별경]은 바

               로 업을 짓는 마음이다.”       108) 라고 주석한다.





                   『
               107)  유식삼십송』에서는 “소연사부동(所緣事不同)”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소연이란 능연[인
                   식하는 주체]의 반대말로, ‘인식되는 것’, 즉 인식대상을 말한다. 그러므로 ‘소연사부동’,
                   즉 ‘대상이 같지 않다’는 의미이다.
                   『
               108)  백법논의』(X48, 309b21), “別境五者. 正是作善作惡之心也. 前徧行五. 雖起一念善惡.
                   但念而未作. 若肯當下止息. 則業行自消. 及至別境. 則不能止矣. 言別境者. 謂別別緣
                   境. 不同徧行. 此乃作業之心耳.”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