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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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 • 141
석과 동일하다. 이처럼 공통적으로 ‘사’는 마음을 조작시키고, 의업을 일
으키는 마음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앞에서 ‘사’를 의
지를 일으키고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한편 감산은 『백법논의』에서 “미세하여 끊지 못하며, 자신의 마음을 몰
고 부려서 선·악을 짓게 하기 때문에 사(思)라고 한다.” 100) 고 주석한다.
다시 말해 감산은 ‘사’심소는 미세하여 끊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유식논서[한역]에서는 ‘조작’이라는 용어로 ‘사’를 설명하지만, 감산은 ‘구
역[몰아서 부리다]’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여 정의한다.
이 주석을 이어받아 성철은 ‘미세부단(微細不斷)’을 생략하고서,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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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부려서 선·악업을 짓게 한다.” 라는 감산의 주석 구절을 인용
하여 ‘사(思)’를 해설한다. 102) 다시 말해 성철은 ‘사(思)’의 핵심적인 역할은
선업이든 악업이든 신업, 구업, 의업의 삼업(三業)을 생기게 한다는 것이
다. 즉 ‘사(思)’는 우리의 마음을 선악 또는 무기[선도 악도 아닌 것]로 물들
이는 마음작용이다. 선한 의지로 마음을 작용시키면 선업이 생기고, 악
한 의지로 마음을 작용시키면 악업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사(思)는 자
기가 인식한 대상에 대해 행위를 일으키는 마음작용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마치 자석[대상]의 움직임에 따라 철[마음]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것
이다. 그래서 성철은 사(思)는 인간 행위의 근원이 되는 마음작용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100) 『백법논의』(X48, 3-9b15), “微細不斷. 驅役自心. 令造善·惡. 故名爲思.”
101) 『백법논의』(X48, 309b20), “驅役自心. 令造善惡.”
102) 퇴옹성철(2014), 중권 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