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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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 • 149
한다. 왜냐하면 승해란 뛰어날 승(勝), 풀 해(解) 즉 ‘수승한 지해[뛰어난
이해]’라는 글자적인 의미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성철은 승해
를 ‘무엇을 안다’는 의미라고 해설한다. 왜냐하면 ‘무엇을 알고서’ 그 앎
을 바탕으로 확신하고 단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성철은 단순히
왜 ‘승해’라고 했을까? 글자적인 의미에 따른 것이지만, 지욱의 주석을
근거로 풀이하자면, 승해란 ‘어떤 대상이나 상태를 의심하지 않고 확신
하여 자신의 마음속에 그것을 각인하고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마음작
용, 그리고 다른 조건[他緣]에 이끌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신념·사
고방식[가치관]을 바꾸거나 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승한 지
해[뛰어난 이해]’라고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승해는 선·악 모두에게 작용하는 심소이다. 왜냐하면 진리에
대해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
지만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관행처럼 지켜오던 것을 바꾸거나 전향
하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보존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집념(執念)이기 때
문이다.
3) 념(念, smṛti)
념이란 ‘자신이 일찍이[曾, 과거] 익힌[習, 경험] 대상[境]을 확실하게[明]
기억[記]하여 잊지 않고[不忘] 유지하려는 마음작용[심소]’이다. 왜냐하
면 『구사론』 128) 및 『대승오온론』에서는 념에 대해 “익숙하고 익힌 것[串
128) “념이란 인식대상을 잊지 않는 것이다.”(smṛtir ālambanāsaṃpramoṣaḥ/Pradhan,
5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