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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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 • 151
있는 대상[可作境] 132) 에 대해 마음이 분명하게 기억하고 취하여 잊지 않
게 하는 것이다.” 133) 고 정의한다. 즉 념이란 대상에 대해 잊지 않고 분명
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분명기취불망(心分明記取不忘)’이라고 하
여 ‘분(分)’과 ‘취(取)’를 삽입하고 있어, 그 의미가 분명해진 것 같다.
이 주석을 이어받았지만 성철은 ‘념’을 ‘분명한 기억(明記)’이라는 용어만
발취하여 정의한다. 즉 념을 (잊지 않고) ‘분명하게 기억하는 것’ 134) 이라고
해설한다. 축약해서 말하자면, 성철은 념이란 ‘기억’이라고 정의한 것이
다. 왜냐하면 『유식삼십송석』에서도 주석하고 있듯이, 기억(abhilapana)
이란 ‘이전에 인식한 존재를 반복해서 대상으로써 지금, 여기서 현현시
켜 그 모습을 재현하는 것[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념의 심소도 다른 별경심소와 동일하게 선 또는 악[不善] 모두
에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것에 계속해서 집착하고 기억하
고자 한다면 그것은 집착하는 념, 즉 집념(執念)이 된다. 또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한을 품어 계속해서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원망이나
원념(怨念)이 된다. 반면 붓다의 가르침이나 진리를 계속해서 기억하고자
하거나, 붓다에게 진심으로 염불(念佛)하거나 염원(念願)하는 것은 좋은
념(念)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이 끊임없이 선한 념으로 가도록 노
력해야 하는 것이다.
132) 성유식론』 등에서는 “일찍이 익힌 대상[曾習境]”이라고 주석한다. 반면 감산은 ‘가작경
『
(可作境)’이라고 주석하고 있는데, 사실 필자도 해석은 했지만, ‘가작경’이 어떤 대상인지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
133) 백법논의』(X48, 309b28), “念者. 明記. 謂於可作境. 令心分明記取不忘也.”
134) 퇴옹성철(2014), 중권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