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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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퇴옹학보』 제17집
런 근기를 따라서 설법하면 삼승십이분교가 벌어지지 않을 수 없
지만, 여기서는 불교의 근본원리만을 가지고 사람을 제접할 뿐이
지 근기에 따라서 설법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 선
가(禪家)의 근본 생명선입니다. 이론과 언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
게 하는 것은 할 수 없어서 하는 것이지, 실제 근본 불법이 아닌 줄
을 알아야 합니다.”
21)
[6] “불교는 많은 지식을 얻거나 절대 신의 계시에 의지해서 세운 것
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의 자성(自性), 즉 일체 만법의 자
성을 바로 깨쳐서 부처가 되었고, 바로 거기서 불교가 출발하고 있
습니다. 이것이 불교가 다른 종교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즉
절대신 같은 것은 전제로 하지 않고 오직 일체 만법의 자성을 근본
으로 삼고, 이것을 바로 깨치도록 이끌어주는 종교는 불교밖에 없
습니다. 이것이 불교가 가진 최고의 특색입니다. 만약 여기에서 조
금이라도 벗어난다면, 이것은 자기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과 같습
니다.” 22)
[7] “문자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일생 동안 헛일만 하는 것이라는 말
씀은 선이나 교나 근본이 다 같습니다. 실제로 깨치는 것이 불교의
생명선입니다. 불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독특한 점은 깨치는 것에 있
습니다. … 어떤 철학이나 종교 가운데에서도 불교와 같이 깨치는 것
을 근본으로 삼는 종교나 철학은 없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근본 특
색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근본 생명을 이탈해서는 안 됩니다.” 23)
21) 퇴옹(2014), 29-30(상권).
22) 퇴옹(2014), 31(상권).
23) 퇴옹(2014), 53(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