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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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불학체계와 그 특징  • 19




               과 분석은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는 것을 방어하는 기제(機制)였다. 『출요

               경(出曜經)』 권제23 「니원품(泥洹品) 제27」에 나오는 “사슴은 들판으로 돌
               아가고[鹿歸於野], 새는 허공으로 날아간다[鳥歸於空]. 존재는 분별에 돌

                                                             20)
                            19)
               아가고[義歸分別] , 성인은 적멸에 돌아간다[眞人歸滅].” 는 구절은 붓다
               가 분별적인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퇴옹
               은 ‘직관적인 일체설’과 ‘분석적인 분별설’을 적절하게 활용해 ‘불교의 본

               질’과 ‘붓다는 무엇을 깨달았나?’, 즉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무엇을 깨달
               아야 하나?)를 『백일법문』에서 설명한다. 퇴옹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5] “조주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근기를 따라서 설법한다면 자

                    연히 삼승십이분교가 벌어질 것이다. 나는 여기서 다만 본분사로
                    제접 (提接)할 뿐이다. ….’ 조주 스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입니다. 근
                    기(根機)에는 상근기도 있고 중근기도 있고 하근기도 있습니다. 이



               19)  “존재는 분별에 돌아가고[義歸分別]”에서 주목할 것은 ‘의(義)’의 의미다. 여기서 ‘의’는 ‘의
                  미’라는 뜻이 아니다. 이성적인 사유의 대상인 ‘소지(所知)’를 말한다. 소지는 바로 대상,
                  즉 ‘경(境)’이다. ‘경’은 존재를 의미하는 ‘법(法)’과 뜻이 비슷하다. 흔히 말하는 일체법의 법
                  이 바로 이것이며, 일체법의 법은 물질적이고 개념적인 모든 존재를 가리킨다. ‘의’는 산스
                  크리트어 artha, 티베트어 don이다. 티베트어 don은 명사로 ①일 사건; ②의미; ③실제,
                  진의(眞意); ④외경(外境), 물질세계; ⑤내장(內臟) 등의 의미가 있다. 이 문장에서 사용
                  된 ‘의(義)’는 티베트어 don으로 ‘외경’ 혹은 ‘존재’라는 의미다. 그래서 『아비담팔건도론(阿
                  毘曇八犍度論)』에는 “고라니와 사슴은 숲에 의지하고[麋鹿依林], 새는 허공으로 돌아간
                  다[鳥歸虛空]. 존재는 분별에 돌아가고[法歸分別], 참다운 사람은 적멸에 돌아간다[眞人
                  歸滅].”(T27, 777a)며, 법(法)으로 해석해 놓았다. 이 구절은 붓다가 존재[法]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분별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  T4, 733ab. 『아비달마발지론』(T26, 922c)이나 『아비달마대비바사론』(T27, 145c) 등에는
                  “짐승들은 숲이나 늪으로 돌아가고[獸歸林藪], 새들은 허공으로 돌아간다[鳥歸虛空]. 성
                  인은 열반에 돌아가고[聖歸涅槃], 존재는 분별로 돌아간다[法歸分別].”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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