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3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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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03




               말한다.

                 왕양명은 심즉리를 자각한 다음, 인간은 누구나 이미 성인이기에 별
               도로 외부로부터의 규율과 지식 보충(보완)·주입(注入)이 필요 없다고 보

               았다. 그러나 왕양명 생존 당시에 이른바 왕양명의 ‘사구교’(四句敎) 논쟁

               을 통해서 상근기[上根人]의 ‘돈오’(頓悟)와 중근기 이하[中根以下人]의 ‘점수’(漸
                               12)
               修) 논의가 있었다.  양명은, 상근기에게는 만인 동일의 ‘순금(純金)’인
               본체 중시를, 중·하근기에게는 공부중시를 양립적으로 설하여 논란을
               조정하나, 이후 이 논의는 <급진적-진보-좌파 양명학>의 길과 <점진

                                                  13)
               적-보수-우파양명학>의 길을 열어간다.  전자는 ‘자아-생명-자연-
               무규율-자유-직관  중시’의  방향에서,  후자는  ‘관계-공동체-전통-규
               율-질서-사회 분절화 중시’의 방향에서 서로 대립하며, 길을 열어간다.

               그러나 양명학의 진면목은 역시 전자인 돈오-본체중시에 있다. 심(양지)의
               자기전개와 이미 완전한(완성된) 자기를 요해(了解)하고 자신을 창달하며,

               외부로부터의 어떤 규율도 거부하고 자력구원을 실천적으로 도모한다.

                 왕양명의 사구교 논쟁은 퇴옹의 ‘돈오돈수론’ 논쟁과 유사하기에 좀
               더 논의해둔다.

                 왕양명은 전덕홍과 왕기 사이의 사구교 논쟁에서 상근기, 중하근기

               를 구분하여 ‘조정’을 시도한 바 있다. 이것을 두고, 양명이 돈오돈수가




               12)  이른바 왕기(王畿)와 전덕홍(全德洪) 사이에 벌어진 ‘사구교’(四句敎. 네 구절로 된 교설)
                  논쟁이 그것이다.
               13)  이 대목은 최재목,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 이우진 옮김, (정병규에디션, 2016)에서 <제3
                  장 양명학 분열의 기점과 그 양상-치양지에서 나타나는 두 측면의 구체화-> 부분(117-138
                  쪽)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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