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6 - 퇴옹학보 제17집
P. 206

206 • 『퇴옹학보』 제17집




                 에 선악이 있음을 보게 된다. 격물·치지·성의·정심·수신, 이것은
                 바로 성체(性體)를 회복하는 공부이다. 만약 (의념에) 원래 선악이 없
                 다면 공부 또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천천교(天泉橋)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앉아 선생님께서 바
                 로 잡아주기를 청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제 출발
                 하려고 하는데, 마침 그대들이 이 뜻을 강론하여 밝히려고 왔구나.
                 두 사람의 견해는 서로 의뢰하여 사용하는데 꼭 알맞으니, 각기 한
                 쪽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기서 사람을 접하는 데는 원래

                 두 가지 종류의 방법이 있다. 타고난 자질이 영리한 사람은 곧바로
                 본원(本源)(=심체의 본원)으로부터 깨우쳐 들어간다. 사람 마음의 본
                 체는 원래 밝고 맑아서 막힘이 없으며, 원래 (정감이) 아직 발현하지

                 않은 상태[未發之中]이다. 타고난 자질이 영리한 사람은 단번에 본체
                 를 깨달으니 그것이 바로 공부이며, 타인과 자기, 안과 밖이 한꺼
                 번에 모두 통하게 된다. 그 다음 사람은 습관화된 마음[習心]이 있
                 어서 본체가 가려짐을 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잠시 동안 의념 상
                 에서 착실하게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도록 가르친다. 공부가 무

                 르익은 뒤에 찌꺼기가 다 제거되었을 때는 본체도 전부 밝아지게
                 된다. 여중의 견해는 내가 여기서 타고난 자질이 영리한 사람을 접
                 할 때 사용하는 것이고, 덕홍의 견해는 내가 여기서 그 다음 타고

                 난 자질을 가진 사람을 위해 교법을 세운 것이다. 그대들 두 사람이
                 서로 취하여 사용한다면, 보통 사람 이상이나 이하의 사람들을 도
                 (道)로 인도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각자 한쪽만을 고집한
                 다면 눈앞에서 사람을 그르칠 것이고, 도체(道體)에 대해서도 각자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뒤에 말씀하셨다. “이후 벗들과 학문을 강론할 때는 절대로
                 나의 근본 취지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
                 은 마음의 본체이고, 선도 있고 악도 있는 것은 의념의 발동이며,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209   210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