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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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05
라는 사구교는 천천교 위에서 행해진 문답이라고 하여 ‘천천교 문답’
이라고도 한다.
왕기와 전덕홍은 논란의 결론이 잘 나지 않자 스승 양명에게 조정을
구한다. 그러자 양명은 “여중의 견해는 내가 여기서 타고난 자질이 영리
한 사람을 접할 때 사용하는 것이고, 덕홍의 견해는 내가 여기서 그 다
음 타고난 자질을 가진 사람을 위해 교법을 세운 것이다.”라고 하여 상
근기에게는 ‘돈오’(頓悟)를 중근기 이하에게는 ‘점수’(漸修)를 말한 이른바
대기설법임을 고백한다. 그리고 “나의 이 화두에 근거하여 사람에 따라
적절히 가르쳐야 병통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정해년(丁亥年, 1527) 9월 선생께서 군사를 일으켜 광서성(廣西省)의
사주(思州)와 전주(田州)의 도적들을 다시 정벌하게 되었다. 장차 출
발 명령을 내리려 할때, 나 덕홍은 왕여중과 학문의 종지를 논하고
있었다. 왕여중이 선생의 가르침을 들어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
은 마음의 본체이고, 선도 있고 악도 있는 것은 의념의 발동이며,
선을 알고 악을 아는 것은 양지이고,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는
것은 격물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이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고 물으니, 왕영중이 “이것은 아마도 궁극적인 화두는 아닐 것이
다. 만약 심체가 선도 없고 악도 없다고 말한다면, 의념[意] 역시도
선도 없고 악도 없는 의념이며, 앎[知]도 역시 선도 없고 악도 없는
앎이고, 사물[物]도 선도 없고 악도 없는 사물일 것이다. 만약 의념
에 선악이 있다고 말한다면 필경 심체에도 여전히 선악이 있게 된
다.”라고 말했다. 내가 “심체는 하늘이 명한 본성으로서 원래 선도
없고 악도 없으나, 사람에게는 습관화된 마음[習心]이 있어서 의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