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7 - 퇴옹학보 제17집
P. 207
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07
선을 알고 악을 아는 것은 양지이고,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는
것은 격물이다. 오로지 나의 이 화두에 근거하여 사람에 따라 적절
히 가르친다면 저절로 병통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원래 위와 아래
를 꿰뚫는 공부이다. 타고난 자질이 영리한 사람은 세상에서 만나
기 어렵다. 본체 공부(=본체를 깨닫는 공부)는 단번에 깨달아 다 통하
는 것으로, 이것은 안자(顔子)와 명도(明道)도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못한 것인데, 어찌 경솔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바랄 수 있겠느냐?
사람에게는 습관화된 마음이 있어서 그에게 양지 상에서 착실하게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는 공부를 가르치지 않고 다만 허공에 매
달려 본체를 생각하게 한다면, 일체의 행위가 모두 착실하지 않아
서 공허하고 적막한 것만을 길러내는데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병
통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므로 조기에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15)
이날 나와 여중은 모두 깨달은 것이 있었다.
「
15) 傳習錄」下: 亥年九月, 先生起復征思 田. 將命行時, 德洪與汝中論學. 汝中擧先生敎言曰,
“無善無惡是心之體, 有善有惡是意之動, 知善知惡是良知, 爲善去惡是格物.” 德洪曰, “此
意如何?” 汝中曰, “此恐未是究竟話頭. 若說心體是無善無惡, 意亦是無善無惡的意, 知亦
是無善無惡的知, 物是無善無惡的物矣. 若說意有善惡, 畢竟心體還有善惡在.” 德洪曰, “心
體是天命之性, 原是無善無惡的. 但人有習心, 意念上見有善惡在, 格致誠正修, 此正是復
那性體功夫. 若原無善惡, 功夫亦不消說矣.” 是夕侍坐天泉橋, 各擧請正. 先生曰, “我今
將行, 正要你們來講破此意. 二君之見, 正好相資爲用, 不可各執一邊. 我這裏接人, 原有
此二種. 利根之人, 直從本源上悟入. 人心本體, 原是明瑩無滯的, 原是箇未發之中. 利根
之人, 一悟本體, 卽是功夫, 人己內外, 一齊俱透了. 其次不免有習心在, 本體受蔽, 故且敎
在意念上實落爲善去惡. 功夫熟後, 渣滓去得盡時, 本體亦明盡了. 汝中之見, 是我這裏接
利根人的. 德洪之見, 是我這裏爲其次立法的. 二君相取爲用, 則中人上下, 皆可引入於道.
若各執一邊, 眼前便有失人, 便於道體各有未盡.” 旣而曰, “已後與朋友講學, 切不可失了我
的宗旨. 無善無惡是心之體, 有善有惡是意之動, 知善知惡是良知, 爲善去惡是格物, 只依
我這話頭, 隨人指點, 自沒病痛. 此原是徹上徹下功夫. 利根之人, 世亦難遇, 本體功夫,
一悟盡透, 此顔子·明道所不敢承當, 豈可輕易望人! 人有習心, 不敎他在良知上實用爲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