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5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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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15




                                                               29)
               수론’을 ‘절대’라고 이해할 경우, 퇴옹에게서 ‘근본주의적’ 인 면을 지적
               해낼 수도 있다. 아울러 “이미 중도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모순을 일
               으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모순은 그대로 시대적, 사회적

                                                                    30)
               역사 공간 안에서 불교를 살았던 퇴옹의 고민을 나타내는 것” 이라 볼
               수 있다.
                 어쨌든 선(禪) 수행 속에서 ‘깨닫고 나면 더 이상 수행은 필요 없다’는

               퇴옹의 돈오돈수론은, ‘돈오돈수’라는 깨침[=悟]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이론적 ‘설명’[修=敎]이 따랐던 것이다. 이처럼 ‘깨달음’이 먼저 있고 ‘사

               상·이론’ 형성이 뒤에 오는 것[悟/覺→敎/說]은 왕양명과 흡사하다. 왕양

               명은 ‘백사천난’(百死千難)의 파란만장한 삶 가운데서 ‘오성자족’(吾性自足)
               의 깨달음에 근거하여 ‘심즉리’(心卽理) 교설을 제창하고, 이어 ‘치양지’(致

               良知) 교설 등 여러 ‘사상·이론’을 전개하였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육왕

               (陸王: 육상산과 왕양명) 심학의 경향이기도 하다. 육왕심학은 정주(程朱: 정
               이천과 주자)의 리학(理學)과 달리 먼저 ‘신념’과 ‘깨달음’이 있은 다음 그것

                                                          31)
               을 ‘사상적·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을 갖는다.  ‘각오(覺悟)/돈각(頓
               覺)→이론(학설)의 전개’라는 도식은 일단 퇴옹에서도 적용된다고 생각한

               다. 퇴옹의 신념/깨달음이 ‘돈오돈수’론을 출현시켰고, 그 다음에 그의

               ‘사상·이론’이 뒤따랐던 것이다.






               29)  박진영(2006), 47.
               30)  박진영(2006), 46. 인용시 ‘이성철’을 ‘퇴옹’으로 고쳤음.
               31)  이에 대한 일반적 논의는 최재목, 「동아시아 양명학자들에게 있어 꿈(夢)과 철학적 깨달
                  음(覺悟)의 문제」, 『양명학』29호, (한국양명학회, 2011.8)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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