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0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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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 『퇴옹학보』 제17집




            것이다. 유교에서 금과옥조로 삼는, 저 공맹(孔孟)의 가르침[垂訓]을 담은

            경전을 초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것으로 바꾼 왕양명의 ‘육경개
            사론’(六經皆史論)은 퇴옹이 말한 “여래와 같은 지혜덕성”의 자각과 같은

            맥락에서 ‘경서의 너머에 있는 나의 마음’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퇴옹은 “그러면 어째서 중생들이 무한하고 절대적인 능력을 발휘하
            지 못하고 늘 중생노릇만 하는가?”라고 묻고, “그것은 우리에게 무한하

            고 절대적인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별망상에 가려서 깨치지 못하
                   36)
            기 때문” 이라고 한다.



                 해는 언제든지 맑은 하늘에 떠 있지만 구름이 앞을 가리면 보이지

                 않습니다. 부처님과 똑 같은 우리의 지혜덕상(智慧德相)도 항상 밝아
                 서 시방세계를 비추고 있지만 분별망상의 구름에 가려서 드러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체 중생이 모두 부처님과 같은 절대적이고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는 이 선언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위대한 발견
                 이라고 모두 탄복하고 칭송하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 중생에게도

                 부처님과 똑 같은 그런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깨치는 공부를 해도
                 헛일입니다. 금광맥이 없는 곳을 파듯 헛일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중생에게 무진장한 대광맥이 가슴 속에 있는 것을 계발하고

                                                37)
                 소개한 것이 불교의 근본 가르침입니다.


               무진장의 지혜덕상(智慧德相)을 ‘해(태양)=빛, 금광맥’에, 분별망상(分別




            36)  퇴옹성철(2019), 55.
            37)  퇴옹성철(2019), 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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