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5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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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25
양 이름(=임시적, 가상적)을 붙여 분별하는 것], ‘기업상’[起業相: 계명자식에서 분
별한 그 이름을 연구, 집착하여 갖가지 신(身), 구(口), 의(意)업을 짓는 것], ‘업계고
상’[業繫苦相: 기업상에서 지었던 업의 결과로서 선업과 악업의 과보를 받아 자유자재
못한 것]’를 말한다.
이 3세6추는 유교식으로 고쳐서 보면, 순순-고요-청정한 본연지성
에서 벗어난 소유, 분별, 집착, 투쟁을 이끄는 ‘기질지성’(氣質之性)과 ‘칠
정’(七情)이라는 정욕(情欲)=욕망의 성향을 통칭한다고 하겠다. 그런데,
왕양명은 태양 같은 본성의 양지(良知)가 천리(天理), 도(道), 명사(明師)이
기에 이를 자각하고, 그것이 내리는 시시비비의 지침에 따르면, 이런 욕
망이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큰 걱정거리가 아님을 말
41)
한다.
예컨대 주자의 ‘성즉리’(性卽理)에 근거한 심성론을 잠시 들어본다. 주
「
41) 傳習錄」下에는 다음과 같이 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중용』에서) ‘하늘이 명령한 것을 본성이라 한다’고 했으니, 천
명이 바로 본성이다. ‘본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고 했으니, 본성이 바로 도이다.
‘도를 닦는 것을 가르침이라 한다’고 했으니, 도가 바로 가르침이다.”
여쭙기를, “어떻게 도가 곧 가르침입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도는 바로 양지이다. 양지는 원래 완전하여 옳은 것은 그것이
옳다고 하는 데 근거하고, 그른 것은 그것이 그르다고 하는데 근거한다. 옳고 그름이 양지
에 의거하기만 한다면 더 이상 옳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다. 이 양지가 여전히 그대의 밝은
스승이다.”
[先生曰, “‘天命之謂性’, 命卽是性. ‘率性之謂道’, 性卽是道. ‘修道之謂敎’, 道卽是敎.” 問,
“如何道卽是敎?” 曰, “道卽是良知. 良知完完全全, 是的還他是, 非的還他非, 是非只依著
他, 更無有不是處. 這良知還是你的明師.”]
그리고 「傳習錄」中, 「答顧東橋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