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3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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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23
안히 실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워서 알고 이롭게 여겨서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자
질이 낮은 사람은 반드시 남이 한 번에 할 수 있다면 자신은 백 번을 노력하며, 남이 열 번
에 할 수 있다면 자신은 천 번을 노력해야 하지만 그 이루어진 결과는 동일하다. 후세 사
람들은 성인이 되는 근본이 순수한 천리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지식과 재능
에서만 성인을 추구한다. 그래서 성인은 모르는 것이 없고, 못하는 것이 없어서 자신도 반
드시 성인의 수많은 지식과 재능을 하나하나 이해해야만 비로소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생
각한다.
그러므로 천리에 나아가 공부하는 데 힘쓰지 않고 헛되이 정력을 낭비하여 책만 연구하고
사물의 명칭만 고증하며 형체와 흔적을 본뜬다. 지식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인욕은 점점
자라고, 재주와 능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천리는 더욱 가려진다. 이것은 마치 다른 사람에
게 일만 일의 순금이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순도를 단련하여 다른 사람의 순수함에 부
끄럽지 않도록 하는데 힘쓰지 않고, 헛되이 분량만 추구하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의 1만
일과 같아지는 데 힘써서 주석·아연·구리·철을 섞어 넣어 분량이 많아질수록 순도는 더
욱 떨어져 끝내 더 이상 금이 되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다.
이때 서애가 옆에서 말하였다. “선생님의 이 비유는 세상 유학자들이 지루한 유혹을 깨뜨
리는 데 충분합니다. 후학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오직 날마다 줄어드는 것을 추구
하는 것이지, 날마다 늘어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한 푼의 인욕을 줄이면 곧 한 푼의
천리를 회복할 수 있다. 이 얼마나 경쾌하고 깨끗하며, 간단하고 쉬우냐!”
[希淵問, “聖人可學而至. 然伯夷·伊尹於孔子才力終不同, 其同謂之聖者安在?” 先生曰,
“聖人之所以爲聖, 只是其心純乎天理, 而無人欲之雜, 猶精金之所以爲精, 但以其成色足,
而無銅鉛之雜也. 人到純乎天理方是聖, 金到足色方是精. 然聖人之才力, 亦有大小不同,
猶金之分兩有輕重. 堯·舜猶萬鎰, 文王·孔子猶九千鎰, 禹·湯·武王猶七八千鎰, 伯夷·伊
尹猶四五千鎰. 才力不同, 而純乎天理則同, 皆可謂之聖人, 猶分兩雖不同, 而足色則同, 皆
可謂之精金. 以五千鎰者, 而入於萬鎰之中, 其足色同也. 以夷尹, 而厠之堯孔之間, 其純乎
天理同也. 蓋所以爲精金者, 在足色而不在分兩. 所以爲聖者, 在純乎天理而不在才力也.
故雖凡人而肯爲學, 使此心純乎天理, 則亦可爲聖人. 猶一兩之金, 比之萬鎰, 分兩雖懸絶,
而其到足色處, 可以無愧. 故曰 ‘人皆可以爲堯舜’者, 以此. 學者學聖人, 不過是去人欲, 而
存天理耳. 猶鍊金而求其足色, 金之成色所爭不多, 則煅鍊之工省而功易成. 成色愈下則煅
鍊愈難. 人之氣質淸濁粹駁, 有中人以上·中人以下. 其於道, 有生知安行·學知利行. 其下
者, 必須人一己百, 人十己千, 及其成功則一. 後世不知作聖之本, 是純乎天理, 卻專去知識
才能上求聖人. 以爲聖人無所不知, 無所不能, 我須是將聖人許多知識才能, 逐一理會始
得. 故不務去天理上着工夫, 徒弊精竭力, 從冊子上鑽硏, 名物上考索, 形迹上比擬. 知識愈
廣而人欲愈滋, 才力愈多而天理愈蔽. 正如見人有萬鎰精金, 不務煅鍊成色求無愧於彼之